아이브러리

“노형 어제 공판 갔댔지요?”

이렇게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예!”

“바깥 형편이 어떻습디까?”

“형편꺼정이야 알겠소? 그저 포플라두 새파랗구, 구름두 세차게 날아다니구, 말하자면 다 산 것 같습디다. 땅바닥꺼정 움직이는 것 같구, 사람들두 모두 상판이 시꺼먼 것이 우리 보기에는 도둑놈 관상입디다.”

“그것을 한번 봤으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삼월 그믐 아직 두꺼운 솜옷을 입고야 지날 때에 여기를 들어온 나는, 포플라가 푸른 빛이었는지 녹빛이었는지 똑똑히 모른다.

“노형두 수일 공판 가겠디오?”

“글쎄, 언제 한번은 갈 테지요… 그런데 좋은 소식은 못 들었오?”

“글쎄, 어제 이야기한 거같이 쉬 독립된답디다.”

“쉬?”

“한 열흘 있으면 된답디다.”

나는 거기 대꾸를 하려 할 때에 곁방에서 담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ㄱ ㄴ'과 'ㅏ ㅑ ㅓ ㅕ'를 수로 한 우리의 암호 신호였다.

“무, 엇, 이, 오?”

나는 이렇게 두드렸다.

“좋, 은, 소, 식, 있, 소. 독, 립, 은, 다, 되, 었, 다, 오.”

이때에 곁 감방의 문 따는 소리에 암호는 뚝 끊어졌다.

“곁방에서 공판 갈 사람을 불러낸다. 오늘은…”

“노형 꼭 가디?”

“글쎄, 꼭 가야겠는데… 사람두 보구 넓은 데를…”

그러나 우리 방에서는 어제 간수부장에게 매맞은 그 영감과 그밖에 영원 맹산 등지 사람 두셋이 불리어나갈 뿐 나는 역시 그 축에서 빠졌다.

“언제든 한번 간다.”

나는 맛없고 골이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언제든'이 과연 언제일까? 오늘은 꼭, 오늘은 꼭, 이리하여 석 달을 밀어온 나이었다. '영원'과 같이 생각되는 석 달을 매일 아침마다 공판 가기를 기다리면서 지내온 나였었다. '언제 한번'이란 과연 언제일까? 이런 석 달이 열 번 거듭하면 설흔 달일 것이다.

“노형은 또 빠졌구려!”

“싫으면 그만두라지, 도둑놈들!”

“이제 한번 안가리까?”

“이제? 이제가 대체 언제란 말이오? 십 년을 기다려도 그뿐, 이십 년을 기다려도 그뿐…”

“그래두 한번이야 안가리까?”

“나 죽은 뒤에 말이오?”

나는 그에게까지 역정을 내었다.

좀 뒤에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도 나의 마음은 자못 편치 못하였다. 그것은 바깥을 구경할 기회를 빨리 지어주지 않는 관리에게 대함이람보다, 오히려 공판에 불리어나가게 된 행복된 사람들에게 대한 무거운 시기에 가까운 것이었었다.

점심을 먹고 비린내나는 냉수를 한 대접 다 마신 뒤에, 매일 간수의 눈을 기어가면서 장난하는 바와 같이, 밥그릇을 당겨서 거기 아직 붙어 있는 밥알을 모두 긁어서 이기기 시작하였다. 갑갑하고 답답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허락지 않고, 공상을 하자 하여도 이젠 벌써 재료가 없어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다만 하나의 오락이 이것이었다.

때가 묻어서 새까맣게 될 때는 그 밥알은 한 덩어리의 떡으로 변한다. 그 떡은 혹은 개 혹은 돼지, 때때로는 간수의 모양으로 빚어져서, 마지막에는 변기 속으로 들어간다.

한창 내 손속에서 움직이던 떡덩이는 - 뿔은 좀 크게 되었지만 한 마리의 얌전한 소가 되어 내 무릎 위에 섰다. 나는 머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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