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이놈들아, 왜 불장난을 하느냐.”

하고 '든덩집 영감님’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가 짚세기를 삼으면서 모깃불에서 불붙은 쑥대를 뽑아서 내두르는 웃통 벗은 아이들을 보고 걱정한다.

“이놈들아, 불장난하면 오줌 싸.”

하고 젊은 사람 하나가 주먹을 들고 아이들을 위협한다. 위협 받은 아이들은 빨갛게 타는 쑥대를 내어둘러 어두움 속에 수없이 붉은 둘레를 그리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깨르륵깨르륵 웃는 소리만 남기고. 그러나 그 애들은 쑥대에 불이 꺼지면 다시 모깃불 곁으로 살살 모여든다.

“어떻게 될 모양인고?”

하고 든덩집 영감님은 한편 발뒤꿈치에다가 신날을 걸고 꺾꺾 힘을 써서 죄면서,

“다들 무사하기는 어렵겠지?”

한다. 누구를 지명해 묻는 것은 아니나, 허숭을 향해서 묻는 것이 분명하다.

“아 관리를 때렸는데 무사하기를 어떻게 바라오.”

하고 깨어진 이남박을 솔 뿌리로 꿰매고 앉았던 이가 대답을 가로챈다.

“아무리 관리기로 남의 처녀의 손목을 잡고 뺨을 때리는 법이야 어디 있나.”

하고 든덩집 영감님은 손 뼘으로 신바닥을 재면서,

“옛날 같으면 될 말인가. 그놈의 정강이가 안 부러져?”

하고 분개하였다.

“옛날은 옛날이요, 오늘은 오늘이지요. 관리라는 관짜만 붙으면 남의 내외 자는 안방이라도 무상 출입을 하는 판인데, 처녀 팔목 한번 쥐고 뺨 한번 붙인 것이 무엇이야요?”

하고 이남박 깁는 이도 아니 지려고 한다. 그는 나이가 사십 가량 되고, 머리도 깎고 세상 경력이 많은 듯한, 적어도 고생을 많이 한 듯한 말법이다.

“때린 것이 잘못이지.”

하고 어디서 점잖은 음성이 온다. 구장 영감이다. 그는 회나무 밑동을 기대고 앉아서 담배를 빤다. 냄새가 정말 담배다.

“어디 때리는 법이야 있나.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때리면 구타거든. 황기수가 잘못했더라도 말로 승강이를 하는 게지 손질을 해서 쓰나. 한갑이가 잘못했지.”

하고 심판하는 어조다.

“누가 먼저 때렸는데요? 황가 놈이 한갑이를 먼저 때려서 코피가 쏟아지니까 한갑이가 황가 놈의 목덜미를 내리 누르고 두어 번 냅다 질렀지요. 아따, 어떻게 속이 시원한지, 나도 이가 득득 갈리드라니.”

하고 약고 약해 보이는 무슨 병이 있는 듯한 청년이 구장의 말에 항의를 한다.

“그래도 손질을 한 것은 잘못이야.”

하고 구장은 불쾌한 듯이,

“내가 모르겠나. 이제 한갑이는 몇 해 지고야 마네. 아까도 주재소에 들르니까 소장이 그러데. 공무집행 방해죄와 폭행죄로 한갑이랑 단단히 걸리리라고. 왜 손질을 해! 어디다가 손질을 해, 백성이 관리에게 손질을 하고 무사할 수가 있나.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다들 조심해.”

하고 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번 크게 가래침을 뱉고 어디론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아니꼽게끔.”

“구장이면 큰 벼슬이나 한 것 같아서.”

“되지 못하게.”

하고 젊은 패들이 구장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 들릴 때가 되어 한마디씩 흉을 본다.

“숭이,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네야 변호사니까 잘 알지 않겠나. 한갑이랑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죄를 질까.”

하고 든덩집 영감님이 묻는다.

“글쎄요,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고 숭은 이러한 경우에 만족한 대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슬퍼서,

“그렇지마는 별로 큰 죄 될 것은 없겠지요.”

하고 위안을 주었다.